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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원생활의 하루
조회수 | 71
작성일 | 08.05.21
전원생활의 하루

눈 비비고 창문을 여니 찔레꽃 향기가 동심을 자극한다.

동구 밖 오솔길 걷노라면 짙은 찔레꽃 향기가 멀리 떠난 어머니의
젖 내음처럼 여린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는데, 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두리번거렸다.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고 있는 곱게 늙어 가는 아내가 있어 더욱 아름
다운 전원의 한 폭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마음씨 좋은 아줌마의 밭에서 얻어다 심은 쑥갓이 노란색, 흰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쑥갓도 국화과에 속하는지는 모르지만 국화꽃 비슷하였다.
난 지금까지 쑥갓이 그렇게 아름다운 꽃으로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렇게 하여 씨를 맺으면 그놈도 사그라지고 말겠지.

어제 이맘때 울어대던 두견이는 졸다 저녁때가 되면 임을 그리워 할지, 그놈이
울지 않으니 무언가 마음이 허전하다.

조그마한 텃밭에 심어 놓은 씨앗에 맛들인 이름 모를 새들과 비둘기들은 나를
싫어하는지 후드득 날아가고 뒤쪽 정원에선 꿩이 놀란 듯 울음을 터트리며 황급히
달아난다. 거실에서 자연을 관조하여야 할 지혜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통장이 우리 집 대문에 소금 다섯 가마를 내려놓고 간다.
아내가 주문하였단다. 아파트에서는 엄두도 못 내든 소금 다섯 가마를 구입할 용기
를 낸 아내가 대견스럽다. 우린 합심하여 간수가 잘 흘러내리도록 밑바닥에 벽돌을
놓고 쌓아 비닐로 잘 덥고 매어 주니 이 또한 전원에 알맞은 하나의 소품으로 보기
좋았다.

거름기 없는 땅에 심은 각종 채소의 성장이 발육부진 현상을 빚고 있다. 아내는 마음이
상하는 모양이다. 함께 심은 이웃 집 밭의 작물은 우리 채소의 두 배나 크게 자랐다고
매일 물을 주며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난 그런 아내의 모습이 아름답다.  

자연의 평온함이 내 마음을 매료시켜서인지 나도 나들이가 줄어들었다. 서재에 앉아,
때론 야외의자에 앉아 자연을 관조하다 보면 어느 듯 석양의 노을이 앞 논 못자리에
황혼을 드리운다.  

어둠이 내리면 온통 까맣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가로등이 있으나 우리 집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막내가 이사 기념으로 사다 준 진돗개 용이가 밤이면 밤마다 짓
어댄다. 누가 그랬더라? 개가 짓거든 개가 바라보며 짓고 있는 방향을 살피면 그 곳
에 무엇인가가 있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난 용이가 짖을라치면 손전등을 들고
현관문을 나가는 습관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뜨문뜨문 지나가고 있는 전원의 삶
그 자체를 즐긴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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