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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승방 앞뜰에 상사초 심은 까닭은?
조회수 | 16
작성일 | 06.10.21
승방 앞뜰에 상사초 심은 까닭은?

                현진스님의
                       山寺이야기

                      (15)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의미
“이성을 경계하라”는 가르침

내가 살고 있는 사운당 앞뜰에는 상사초(相思草)가 한창 피어나고 있다. 이 상사초는 어느
절간에서나 흔히 불 수 있으며, 여름에는 꽃이 피기 때문에 상사화(相思花)라 부르고 가을에는 잎이 자라서 풀처럼 보이기 때문에 상사초라 말한다.

그런데 이 ‘상사초’는 꽃말이 평범하지 않아서 더 눈길을 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옛날 어떤 처녀가 수행하는 어느 스님을 사모하였지만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 않다가 눈을 감고 말았는데 어느 날 그 스님 방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었단다.

그 후 사람들은 상사병으로 죽은 처녀의 넋이 꽃이 되었다고 해서 ‘상사화(相思花)’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꽃말에 얽힌 사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상사초의 삶 또한 애절하고 슬프다, 꽃이 하나 둘 떨어지고 꽃대가 물기 없이 시들고 나면 그때 비로소 그 자리에서 새 순처럼 잎이 돋아난다. 그렇기 때문에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한다. 상사초는 이렇듯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다.

아무리 간절하게 그리워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예컨대 성직자를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감정 앞에서 수없는 밤을 번민하고 갈등하면서 가슴앓이만 해야 하는 사랑.....

만약 이러한 감정의 주체가 수행자 자신이라 하더라도 명정(酩酊)의 밤을 지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이러한 이성에 대한 인연을 조심하고 그 감정을 잘 다스리라는 뜻에서 노스님들이 상사초를 절 마당에 심은 것 같다. 상사화 전설의 주인공처럼 애달프고 가슴 아픈 사랑은 하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라는 경책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절에서는 상사초를 법당 앞뜰에는 심지 않고 주로 승방(僧房) 앞뜰에 군락으로 심는가 보다.

자신의 방 앞뜰에 피어 있는 상사초를 보면서 여자에 대한 감정을 매일 추스리라는 뜻에서.

**이 글은 동아일보 2002년 10월 19일자 현진스님의 산사이야기(15)를 가감 없이 옮겨 놓았다.
  이 글을 옮긴 사연은 사진동호인들이 상사초의 꽃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상사초를 촬영하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다. 또한 현진 스님은 해인사 포교국장으로 주옥같은 글을 많이 남기고 있으며 현재 다움 카페인 www.daum.net/sakbal
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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