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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인색한 예술지원정책(성 기 조)
조회수 | 12
작성일 | 08.11.22
<11월의 글>

                                     인색한 예술지원정책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의 꿈은 우리나라가 문화강국, 예술강국이 되는 것이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국가를 꿈꾸셨고 우리 민족이 문화민족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셨다.

그 뒤 많은 정치가들은 문화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문화국가, 예술국가의 반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 60년 동안 숱한 정치인들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외쳤고 선거 때만 되면 누구나 이 네 가지를 기둥으로 해서 문화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당선이 되고나면 첫째는 정치요, 둘째는 경제, 셋째는 사회전반의 문제만 챙기고 문화는 뒷전으로 사라져갔다.

이러한 결과 예술과 문화는 말잔치의 표적이었고 거창한 선거구호로 끝나고 말았다. 박정희 정권 때, 새마을 운동이 한참 불꽃을 튀기고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눈 안에 들어 올 때, 문화예술계의 몇 사람들이 박대통령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그 때 우리들은 “새마을 운동이 잘살기 위한 절박한 국민운동임을 안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을 줄기차게 밀고 가는데도 문화예술에 관한 관심은 버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 때 박대통령의 대답은 “누가 그것을 모르나, 우선 경제부흥을 해야 예술도 발전한다. 잘 살아야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며 또한 그림도 산다.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잘 살아야 문화도 발달하며 예술도 발전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잘사는 기준이 무엇인가? 그것은 돈으로 따질 수도 있고 좋은 집, 넉넉한 환경으로도 기준을 삼을 수 있다. 그 때의 기준은 국민소득 2만 달러였다. 미화 2만 달러의 국민 소득만 올리면 문화국가 문화민족이 이루어지고 삶의 질을 풍성하게 만드는 예술이 한껏 발전할 것이다. 틀림없다. 두고 보라는 식이었다. 예술정책을 장악하는 당시 문공부 관료들까지 예술지원 정책에는 손 놓고 새마을 운동만 홍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지났는데도 예술지원 정책은 말이 아니다. 그때와 똑같은 말로 경제가 좋아지면 적극적으로 지원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말의 순서와 말귀는 달라도 뜻은 똑같다.

물론 경제가 잘 풀리고 국민의 주머니가 넘쳐나면 영화도 보고 극장에도 간다. 그리고 그림도 사들이고 음악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게 예술지원 정책이다. 배가고파도 고상하고 아름답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살던 시대에 창작된 작품들이 가장 훌륭한 예술품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잘 살아야 예술을 알게 되고 못 살면 예술도 모른다면 우리들의 삶은 엉망이 되고 사람 노릇도 못한다. 이치가 이런데도 지금의 이명박 정부까지 경제가 잘 풀려야 예술정책도 잘 될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참으로 큰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예산 10% 절감 방침이 지방예술행사의 얼마 안되는 예산을 송두리째 깎아내고 있다. 각 시군에서 출간되는 문학지 발간 사업에 지원하는 2~3백 만원, 그리고 지역 예술제 운영경비 3~5백 만원 까지 손대서 깎고 더 못준다면 예술행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며칠 전, 지방의 시 지역 예술제에 축사를 하러 갔다. 50대의 젊은 시장이 단위에 올라가더니 거창한 말로 지역발전을 소개하고 문화와 예술에 관하여 지원을 약속하고 있었다. “참 시장을 잘 뽑았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그가 내려 온 뒤, “이번 예술제에 얼마나 지원했느냐”고 물었더니 “5백 만원을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기가 막혔다. 3일간 하는 예술제, 15만 명이 거주하는 시 단위 예술제에서 고작 5백 만원을 지원하고 큰소리치는 시장이 길을 새로 내는데 쓴 돈은 15억 원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있는 도로가 굽었다고 새로 펴는데 든 돈이란다. 길을 펴는 데는 15억 원이고 3일간의 예술제 운영경비는 고작 5백 만원이라면 형평에 맞는 예산 집행인가? 각 분야가 고루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는 게 정치인과 지역 단체장들이 할 일이다. 문화와 예술지원정책에는 인색한 사람들이 다른 일에는 돈을 펑펑 쓴다. 예술정책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 그리고 시장, 군수들이 많이 나와야 인색한 예술정책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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